언제부터였을까요. 어림잡아 '무한도전'이 정점을 찍고 내려올 때 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 일상의 소소한 재미를 책임지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소개합니다.
팟빵 1위, 압도적 재미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
제가 알기에 ‘매불쇼’는 ‘매일매일 불금쇼’의 준말입니다. '불금쇼'는 '매불쇼'의 전신 격인 프로그램인데, '불타는 금요일밤 (연애도 못하는) 불우한 루저들을 위한' 일종의 연애/갱생(?) 콘텐츠였습니다. 매불쇼보다 하드하고 코어해서 루저들의 마니아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는데, 업로드가 너무 뜸하다는 청취자들의 원성이 이어지자 "이제부터 매일매일 업로드 하겠다"며 탄생한 것이 '매일매일 불금쇼', 매불쇼입니다.
매불쇼는 화요일부터 금요일 오후2시부터 4시까지 진짜 생방으로 진행되고, 최근에는 유튜브 실시간 스트리밍도 시작했습니다. 매불쇼의 '압도적 재미'에 대해서는, 진부하지만 감히 이 표현이 사실에 가깝습니다.
못 들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들은 사람은 없다.
먼저 최욱 씨는 요즘 KBS '더 라이브', '저널리즘 토크쇼 J'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이미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수년전부터 '방송 천재', '팟빵계의 유재석' 등으로 불릴만큼 탁월한 진행 능력으로 '될놈될'의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본인과 본인의 프로그램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해서 '내가 가진 능력에 비하면 이건 잘된 것도 아니'라고 자평하더니, 급기야 지상파 프로그램 MC 자리까지 꿰차게 되면서 지금은 'KBS의 아들' 반열에 올랐습니다. 개인적으로 센스와 균형감각이 정말 뛰어난 진행자라고 생각합니다.
공동MC인 정영진씨는 얼마전 본의 아니게 핫했던 인물입니다. 일반화의 우를 무릅쓰고 말하면, 정영진 씨는 원티어 자유연애주의자이며, 여성에 대한 그만의 일관된 소신으로 인해 '한남충장(한남충의 우두머리)'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로 인해 최근 MBC '싱글벙글쇼'로부터 MC 자리를 제안받았으나, 과거 발언들이 도마에 올라 결국 MBC가 MC 지명을 철회했죠. 인터넷신문인 위키프레스 편집장이고 '100분 토론', '신과 함께' 등 다양한 방송 콘텐츠에서 활약하는 등 남다른 시각과 제법인 지식을 가진 인물입니다.
매불쇼는 여러 면에서 강점을 가진 콘텐츠지만, 제 생각에 그중에 제일은 개성 강한 두 MC의 케미라고 생각합니다. 최욱 씨는 '웃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사람입니다. 타고난 센스도 대단해 보이지만, 강박에 가까울만치 웃음을 위해, 그리고 실수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반면 정영진 씨는 세상 베짱이 같은 냥반입니다. 세상 걱정과는 도무지 거리가 먼 사람으로, 다른 사람들 눈에 어떻게 보일지 보다 지금 내가 행복한 것이 훨씬 더 중요한 사람입니다. 이렇게 다른 두 사람의 조화는 상당히 강력합니다. 정영진 씨가 자칫 세상의 기준과 동떨어진 이야기로 선을 넘으면 최욱 씨가 중심을 잡고, 최욱 씨가 너무 골몰하면 정영진 씨가 나사 풀고 새로운 시각으로 환기합니다.
매불쇼는 일주일에 나흘 매일 2시간씩 방송을 하는만큼 상당히 다양한 콘텐츠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종종 예외적인 편성이 있거나 변화를 주지만, 최근에는 보통 아래와 같이 편성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매불쇼의 첫째 덕목은 언제나 '압도적 재미'지만, 또 한가지 놀라운 것은 시사, 정치, 영화, 음악, 과학, 건강, 법률, 국제, 역사, 사건/사고 등 상당히 폭넓은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화요일 | 수요일 | 목요일 | 금요일 |
(시사/뉴스) 사이다 헤드라인 | |||
(상식) 내 뇌를 부탁해 | (정치) 수요 난장판 | (법률) 세상에 이런 변이 | (사고) 범죄를 알면 심리가 보인다 |
(건강) 건강은 헬스 | (국제) 세계로 뻗을레오 | (라이브) 현진영 데이 | (연애) 사랑은 러브 |
(음악) 음악캠프 | (과학) 이건 왜 이럴과학? | (영화) 시네마 지옥 |
매불쇼를 새롭게 듣기 시작하실 분들을 위한 최소한의 맥락 제공 차원에서, 최근 뜨거웠던 이슈 몇 가지만 말씀드리죠. 먼저 앞서 말씀드린 정영진 씨의 '싱글벙글쇼' 지명/철회 논란입니다. MBC로부터 지명 철회되던 날, 매불쇼 PD가 호사가들과 MBC 측을 상대로 정영진 씨를 옹호하는 코멘트를 따로 녹음해 올림으로써 이들의 쿨내 나는 동료애를 슬쩍 엿볼 수 있었습니다.
멘트의 마지막은 이렇습니다. "남성들 중 정영진을 여혐이라고 비판하는 얼치기 페미들에게 고합니다. 너희 중 정영진보다 더 여성을 사랑하는 자, 돌을 던져라 이놈들아."
매일 그날의 주요뉴스를 다루는 '사이다 헤드라인' 코너에는 수많은 '기자역할극'들이 출연합니다. 당연히 기자들마다 특징과 전문분야가 있는데, 최근 이들을 모두 압도하는 '실력'으로 시청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기자가 나타나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바로 기상캐스터 출신 박하윤 기자인데요, 유튜브 시청자들은 '박하윤 기자님 얼굴 실력 가리니까 마이크 좀 치워라', '정영진 뭐하냐 기자님 고개 숙이시지 않게 앞에서 원고라도 좀 들고 있어라' 등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뉴스공장'과 '알릴레오' 등의 위협이 있었지만, 매불쇼는 여전히 팟빵 청취율 1위를 달리는 프로그램입니다. 애초에 월~목요일 방송을 하다가, 금/토/일 주말 3일을 매불쇼 없이 보내기가 너무 힘들다는 청취자들의 요청 때문에 화~금요일로 방송날짜를 조정했을만큼 중독성이 강하죠.
일상이 무료하고, 뭔가 웃을 수 있는 '꺼리'를 찾는 분들께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가 상당히 높은 확률로 대안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매불쇼 루저들 청취자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말씀드리며 포스팅을 맺습니다.
아직 매불쇼를 듣지 않은 사람들. 그래서 앞으로 들을 수 있는 에피소드가 많이 남아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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