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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재미

(여행) 속초 여름휴가 2박 3일_DAY 2, 대게 맛있네

깊은 잠을 자고 일어납니다. 커튼을 여니 오늘도 흐림. 하늘이 새하얗습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외출 준비를 하고 차에 타려는데 차에 맺힌 빗방울들이 이슬방울처럼 투명하고 토실토실한 걸 보니, 이 비가 이슬비인 줄 알겠습니다.

 

 

DAY 2, 아내가 그리워했던 대게 바다

 

숙소에서 조식을 먹지 않는 대신, 인근의 브런치 맛집을 찾았습니다.

 

<속초 751>이라는 조그만 샌드위치 가게입니다. 단호박과 리코타치즈를 시켰는데, 샌드위치도 실하고, 자그만 야외 공간에서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먹는 기분이 여행지에서의 아침식사로 괜찮은 선택이었습니다.

 

 

비가 내려 모든 색이 선명한 속초의 아침

 

 

식사를 하고 인근에 있는 등대해변으로 향했습니다. 속초는 숙소, 식당, 카페, 시장, 바다까지. 여행객들이 가볼 만한 장소가 머지않은 곳에 옹기종기 모여있어 도로 위에서 허송하는 시간이 적다는 점이 또하나의 장점입니다.

 

 

등대해변부터 영금정 까지

 

등대해변은 아직 개장 준비가 한창이었습니다. 덕분에 사람들이 얼마없어 아내와 실컷 걷고 좋은 사진도 많이 담았습니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아직 개장 준비가 덜된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에어블로워나 수도처럼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모래사장을 거닌 사람들이 간단하게나마 발을 씻어낼 수 있는 시설들이 보이지 않아 약간의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예뻐서 만지작거리는 사이 공포에 떨었을 조개들

 

부족한대로 편의점에서 물을 사서 시원하게 발을 닦아냈습니다.  ;)

 

우산 하나를 들고 등대해변부터 영금정을 오갔습니다. 날이 궂어 파란 하늘은 보지 못할지언정, 그 덕에 '여름휴가'란 말이 무색할 만큼 더운 줄 모르고 걸었습니다.

 

영금정에는 관광객들이 조금더 많았습니다. 정자에 오르니 정자 아래에서 요동치는 파도 소리가 마치 군중의 함성이나 천둥소리를 방불케 해 잠시 자연의 거대함을 실감했습니다.

 

영금정에서 바라보는 바다색은 날이 이만치 흐려도 심히 에메랄드 빛입니다.

 

뽀얗게 부서지는 영금정 앞바다

 

 

바닷마을 조선소의 힙함

 

해변을 산책한 후 저녁식사를 하러 가기 전에 카페를 방문했습니다. 오늘의 픽은 아내가 고른 <칠성 조선소>. 과거에 실제 조선소였던 곳을 카페, 서점, 박물관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켜 활용하고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그야말로 도시재생. 그야말로 뉴트로.

 

1950년대부터 불과 3년 전까지 실제 배를 만들고 수리하던 이과스러운 곳을 문과스럽게 잘 다듬어, 어느 곳에도 없는 이색적인 공간을 만들어냈습니다. 인더스트리얼한 컨셉만 보면, 합정/제주의 '앤트러사이트'가 연상되기도 합니다.

 

더욱이 이곳은 과거 조선소였던 만큼 바다에 접해 있어서(청초호) 전망도 훌륭할 뿐 아니라, 포토제닉으로 승부하는 수많은 인스타 카페들과 달리, 음료도 상당히 준수했습니다. 물론 개인 취향의 영역이겠으나, 제 경우 아메리카노(스타보드)를 마시고 원두를 구입할 수 있는지 물었을 정도였으니까요. (결과적으로 원두는 판매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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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라도 맑은 날이면 넋놓고 앉아 시간을 낚겠습니다

 

이렇게 괜찮은 카페를 이렇게 서둘러 빠져나온 이유는, 5시반 저녁 예약이 되어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여행의 센터, 대게 맛있구나

 

다시 속초중앙시장을 찾았습니다. 아내가 오늘 저녁은 이곳에 있는 식당에서 킹크랩이든, 대게든, 홍게든 먹기로 일찌감치 계획을 세워두었던 것이죠. 친절한 사장님과 대화를 나눈 끝에 지금 시즌에 적합한 대게 2마리로 결정!

 

요즘 들어 음식이 조금만 비려도 통 못먹겠다던 아내였지만, 대게와 게딱지 비빔밥과 홍게 라면은 하나도 비리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호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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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중앙시장 대게집에서 해치운 대게 & 홍게라면

 

배불리 먹고 숙소로 돌아옵니다. 배가 부르자 휴가가 계속되기라도 할 것처럼 세상이 순탄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내일은 벌써 속초여행의 마지막 날.

 

휴가지에서의 시간은 왜 이렇게 빨리 흐르는 걸까요? 이런 걸 '시간의 상대성'이라고 하는 거겠죠? 휴식과 휴가와 여행 중에 우리는 빛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을테니, 아인슈타인이 들어도 영 틀린 해석은 아니겠습니다.

 

아무튼 누가 속초에 '정신과 시간의 방' 하나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여기서 1년을 보내고 복귀해도 세상의 시간은 단 하루만 지나있도록ㅡ

 

 

다음 휴가는 '정신과 시간의 방'으로   ⓒ 드래곤볼, 서울문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