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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재미

(스포츠/예능) 뭉쳐야 찬다, 스포츠 라떼들의 조기 축구

 

낯선 스코어보드. 바로셀로나의 챔스리그 대패 (8/15)  ⓒ FC Bayern SNS

 

 

GOAT가 뛰는 라리가, 강날두가 뛰는 세리에 A, 손흥민 선수가 뛰고 있는 EPL 같은 해외리그 좋아하시는 분들 많을텐데, 오늘 소개해드릴 축구는 '라떼의 스포츠 레전드들이 선보이는 조기 축구'입니다.

 

JTBC에서 방영 중인 <뭉쳐야 찬다>. 천하장사 이만기, 농구대통령 허재, 양신 양준혁, 도마의 신 여홍철,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 매미 김동현, 올림픽 레슬링 2체급 금메달 심권호 등 각자의 분야에서 이론의 여지없이 큰 족적을 남긴 스포츠 스타들이 뭉쳐 축구팀을 결성했습니다.

 

 

딱 봐도 허술한 '어쩌다 FC'의 결성 초기 모습   ⓒ 뭉쳐야찬다, JTBC

 

 

이름하여 '어쩌다 FC'. 감독은 월드컵 4강에 빛나는 또 하나의 레전드, 안정환입니다.

 

 

Couch Potato, 뭉찬에 임하는 나의 자세

 

소파에 앉아서 감자칩이나 씹으며 TV를 보는 사람을 '카우치 포테이토(Couch Potato)'라고 부릅니다.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는게 아니라 ‘생각없이 TV나 보고 앉아있는’ 사람들을 집단화/유형화 하여 얕잡아 부르는 뉘앙스가 담긴 말이죠.

 

그런데.. 하루종일 내 맘과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피곤했고, 내 몸 하나 내 뜻대로 지리산 아래나 제주바다 앞에 가져다 두지 못하고, 딱딱하고 조그만 책상머리 지키고 앉아 있었잖아요.

 

그럼 가끔 소파에 파묻혀 주전부리 좀 하면서.. 아무생각없이 TV    있죠!

 

요즘 저는 다른 어떤 TV 프로그램보다 <뭉쳐야 찬다(뭉찬)>를 보는 2시간, 기꺼이 '카우치 포테이토'가 됩니다.

 

 

매주 일요일 저녁 7시 40분 방송    ⓒ 뭉쳐야찬다, JTBC

 

 

전설들이나 아이들이나

 

이들은 공 하나만 주면 세상 즐겁고 해맑게, 때로는 열정적이고 치열씩이나 해가며 떼지어 다닙니다.

 

운동선수 출신들이이서 그런지 잔꾀를 부리거나 뒤끝을 남긴다는 느낌없이, 좋으면 좋은 티가, 싫으면 싫은 티가 금방 납니다. 이것도 운동선수들을 일종의 유형화 하는 우를 범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보고 있으면 저도 조금은 단순해지고 유쾌해지는 기분마저 듭니다. 

 

얼마 전에 종영한 <날아라 슛돌이>처럼 공차는 아이들을 보고 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랄까요. 평생 운동만 했던 사람들이 공을 차면서 호흡을 맞추고 건강하게 땀흘리는 모습이 사람을 약간 무장해제 시키는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다 FC'의 성장 스토리

 

 

프로그램 초반 경기당 10골은 쉽게 내줬던 '어쩌다 FC'   ⓒ 뭉쳐야찬다, JTBC

 

 

뭉찬은 기본적으로 매주 '어쩌다FC'가 안정환 감독의 지도 아래 훈련을 거쳐, 다른 축구팀과 승부를 겨루는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응원하는 스포츠 팀이 있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죠. 그들의 성장과 성공을 마치 나의 일처럼 받아들이게 됩니다. 심지어 그들의 실패와 퇴보까지도요.

 

(한화 팬들 이 대목에서 울지 않습니다! ㅠㅠ)

 

이들은 처음에 실력, 전략, 체력은 고사하고, 축구 룰조차 제대로 모르는 축알못, 축린이였습니다.

 

하지만 벌써 1년이 넘는 시간 안정환 감독의 조련을 거쳤고, 마린보이 박태환, 빙신 모태범 등의 뛰어난 선수영입. 특히 최근에 태권도 세계랭킹 1위 이대훈 선수가 합류하면서 팀은 비약적으로 성장합니다.

 

 

'군계일학' 이대훈 선수의 득점 장면    ⓒ 뭉쳐야찬다, JTBC

 

 

그 와중에 꽤 재미있다

 

뭉찬은 엄연히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입니다. 게다가 방송시간은 일요일을 마무리 하는 저녁 7시 40분. (본래 9시 방영이었는데, 이번주부터 시간을 앞당겼습니다)

 

잠시 후면 또 다른 한주가 시작되는 고통스런 시간. 얼마 전에 폐지된 '개그콘서트'가 한때 그 역할을 담당했듯, 일요일 저녁 시간에 방영되는 예능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에게 제발 웃음을 선사해줄 일말의 책임감을 가져주셔야 합니다.ㅠㅜ

 

다행히 뭉찬은 재미있습니다.

 

워낙 이름값 있고 기존에는 경기 장면이나 뉴스 말고는 접할 기회가 없었던 캐릭터들인데다, 연출/편집 등 제작진의 센스도 상당히 괜찮은 편입니다.

 

우리가 언제 '전설의 레전드' 박태환 선수가 제주바다에서 다이빙하다 바닥에 꽂히는 모습을 보겠나요 ;)

 

 

김병현(BK)이 모래에 머리를 박고 웃은 장면    ⓒ 뭉쳐야찬다, JTBC

 

 

어쩌다 FC, 어쩌다 대회 4강!

 

뭉찬은 '어쩌다 FC'의 출범 후 1년여간의 성과를 테스트 하기 위해, 현재 '마포구대회'에 출전 중입니다. 

 

지난 예선 토너먼트 끝에 2전 2승으로, 대회 전 목표였던 '4강 진출'에 성공했고, 이제는 조심스럽게 대회 우승까지도 언감생심 기대하게 하고 있습니다.

 

잠시 후면 또 다른 한주가 시작되는 시간.

 

소파에 앉아, 좋아하는 간식 혹은 맥주라도 한잔 곁들이며 아ㅡ무 상념없이 스포츠 라떼들의 조기축구를 즐겨보시길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