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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재미

(만화) 원피스, 에어리즘도 알보칠도 끊었지만

제가 만화를, 만화방을 처음 접한 건 대학에 입학해서였습니다.

 

만날 때마다 '동전 몇 개만' 빌려달라던 동아리 선배가 있었어요. 100원 짜리든, 500원 짜리든 가리지 않고 퍽 기쁘게 받던 모습이 기억나는데, 동전 몇 개를 가지고 도대체 뭘하려고 그러나 싶어 어느날 선배에게 물었습니다.

 

"만화 보러 가려고. 너 학사 만화방 안가봤어?"

 

하늘 같은 동아리 회장 선배가 후배에게 동전을 빌려 만화방에 간다니. 잠깐 실망하고. 금새 궁금해졌습니다.

 

다른 꿍꿍이가 있었나 싶기도 하고...

 

그렇게해서 처음 찾은 곳이 학교 앞 '학사 만화방'이라는 신세계였어요. 그때까지 제 머릿속의 만화방은 음습하고 퀘퀘하고 머리 떡진 형들이 츄리빠 끌고 찾는 공간이었는데, 그 곳은 전혀 달랐습니다. 밝고 깨끗하고 대부분 제 또래들이 저한텐 말도 안하고 전부 거기 모여있었죠.

 

'소지품을 주의합시다'라고 적혀있던 옛날 만화방 ⓒ 알라딘 서재

 

저는 만화방에 풍덩, 빠졌습니다. 주인아저씨가 라면을 기가 막히게 끓였는데, 라면으로 부족하면 홈런볼, 콘치즈, 캬라멜콘과 땅콩, 조청 유과 같은 걸 씹으면서 책장을 넘기는 맛이 아주 조청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작가의 반짝이는 상상력이 만화방 벽면을 빼곡하게 그것도 이중주차로 가득 메우고 있었고, 그것들을 작은 사이즈는 3백원(?) 큰 사이즈는 한권에 5백원에 볼 수 있으니, 선배의 동전 동냥이 조금은 납득되었습니다.

 

'20세기 소년', '배가본드', '몬스터', '성전', '데스노트', '나루토' 같은 작품들을 즐겼는데, 그 중에 저를 가장 강하게 사로잡은 것이 '원피스'였습니다.

 

 

스포일러 없이 간단히 말씀드리면, 원피스는 '해적왕'이 되겠다는 꿈을 가진 소년, 루피가 바다로 나와 모험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동료들을 만나고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장르는 어드벤쳐 1/3, 판타지 1/3, 드라마 1/3인데, 제 경우에는 보통 한권을 보면서 여러번 웃고 가끔 울고 합니다.

 

무려 1997년에 연재를 시작해서 벌써 20년이 훌쩍 넘도록 작품을 이어가고 있는 작가 오다 에이치로는 세계관, 스토리, 캐릭터 등 모든 면에서 끝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방대한 상상력을 풀어놓습니다. 전설의 레전드 '드래곤볼'이 42권에서 막을 내린 걸 생각하면 이번에 단행본 96권을 발매한 원피스의 서사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실 수 있겠습니다.

 

해적과 해군, 세계정부, 혁명군 사이의 역학이 존재하고, '악마의 열매'라는 일종의 치트키로 악마의 능력을 얻은 캐릭터들이 극의 주요한 흐름을 만듭니다. 

 

 

수많은 에피소드와 명장면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꼬마 루피와 샹크스의 에피소드, 항해사(나미), 저격수(우솝), 요리사(상디), 선의(쵸파) 등이 동료가 되는 과정, 전투원(조로)이 세계 최고 검객(미호크)과 일전을 벌이는 장면, 알라바스타 왕국 에피소드, 정상전쟁 등이 당장 기억에 남는데, 아마 모험, 꿈, 동료, 가족과 같은 원피스의 키워드들이 가장 선명하게 녹아있는 시퀀스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만화방 한량으로 원피스를 접하다가 이 만화에 대한 애정이 도를 넘어 결국 96권까지 전권을 구비하게 되었습니다. 수출규제를 비롯해 일본 정부 하는 짓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일본 제품만은 무엇이든 피하고 있었어요. 땀이 엄청 많지만 '에어리즘'을 끊었고, 구내염을 자주 앓는데 '알보칠'도 끊기로 맘먹었죠.

 

그런데 분하지만 '원피스'만은 어쩌지 못하고 있네요…ㅠㅠ

 

며칠전 발매된 96권.. 이제 서서히 끝을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원피스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만화로 기네스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연재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경이로운 일인데, 그 긴 시간동안 내내 최고의 위치를 구가하고 있다는 점이 정말 놀라운 부분입니다. 최근 들어 '귀멸의 칼날' 같은 책들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지만, 20여년 전에 시작된 만화가 아직도 수위를 다투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원피스'의 저력을 다시한번 느끼게 됩니다.

 

뭐 좀 재미진 거 좀 없나 찾는 분들께 '원피스'를 권해드리겠습니다. 지금 시작하셔도 정말 재미있으실 겁니다.

 

 

 

 

만화 카페, 집처럼 편안하게 만화를 즐기다

(서울=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짜장면을 후루룩거리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만화책에 빠져들던 시절이 있었다. 만화책을 보고 있으면푹 꺼지고 비좁은 소파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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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 만화방'은 제가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문을 닫았습니다. (대학을 워낙 오래 다녔습니다) 여간 아쉬웠지만, 그 시절 좋았던 기억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한 이후에도 만화방을 종종 찾곤 하는데, 회사나 일상에서 접하기 어려운 상상력들의 이중주차가 여전히 마음을 흐뭇하게 해주더라고요. 게다가 요즘 만화방은 밝고 깨끗한 것은 기본이고, 주변의 방해없이 즐길 수 있도록 별도로 독립된 공간을 마련하거나, 고양이 만화방처럼 독특한 컨셉을 가진 곳들도 많습니다. 예전만큼은 아니어도 시간을 보내기에 가격도 상당히 저렴한 편입니다.

 

tvN드라마로도 제작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윤태호 작가의 '미생' 

 

끝으로 '슬램덩크', '드래곤볼'부터 시작해 제 또래들이 어린 시절부터 즐기던 만화는 아무래도 일본에서 창작된 것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국내에도 '미생', '식객', '타짜', '송곳', '신과 함께' 같은 완성도 있는 작품, 특히 웹툰과 독립출판 등의 영향으로 다양한 소재를 다룬 양질의 만화들이 출간되고 있다는 점도 꼭 말씀드리고 싶네요.

 

당장은 코로나 때문에 조심스럽지만, 언제고 가능하실 때 한번쯤 찾아 즐겨보시길 바라겠습니다. 

 

 

일본 악마의 명약 '알보칠' 3300억 주고 인수한 한국 제약회사

[BY 인사이트] [인사이트] 천소진 기자 = 셀트리온이 다국적 제약사인 다케다제약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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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얼마전 우리나라 회사 셀트리온이 다케다제약으로부터 '알보칠' 등에 대한 사업권을 인수하기로 했다는 소식입니다. 알보칠 계속 써도 되겠네요. 우리나라 최곱니다  :)